안녕하세요? 네이처텔러 믐뭉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줄기와 굵은 가지가 마구 잘려 휑하거나 뭔가 이상하게 생긴 가로수를 보신 적 있나요? 아무 생각 없이 길을 다닐 때는 잘 몰랐다가 문득 이런 소식을 듣고 보니 그런 가로수가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오늘은 과도하게 가지치기당한 가로수들의 이야기를 다뤄볼까 합니다.
1. 왜 자르는 걸까?
사실 길가의 나무들이 자라다보면 고압 송전선에 닿아 정전을 일으켜 나무 입장에서도, 사람 입장에서도 불편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서 가지치기는 필요하긴 하다고 해요. 그런데 길가다 보면 보도와 건물이 접한 길의 가로수는 유독 심하게 줄기가 잘려 있더라구요. 이렇게 보도와 건축물 부지가 접한 공간을 전면공지라고 하는데, 여기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현행법상 그 앞 건물주 소유라고 해요. 즉, 몇몇 건물주 분들이 가로수가 간판을 가린다거나, 현수막을 가린다는 이유로 가지를 마구 잘라버린 것이죠.
이왕 자르는 거 나무도 좋고, 사람도 보기 좋게 적정 선에서 잘 잘라주면 안 되나 싶지만, 나무를 위해 섬세하게 가지치기를 하게 되면 비용이 훨씬 많이 들어가다 보니 그냥 큰 줄기를 마구 베는 것이라고 해요. 게다가 나무마다 외관을 다듬는 방법이 다양하기도 하구요.
그렇다면 지자체나 나라에서 관리하는 가로수는 크게 다를까요?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가로수의 경우 산림청 지침에 따라 가지치기를 하고, 가로수 교육을 받은 전문 업체에서 시행하기 때문에 확실히 더 나은 조건이긴 하다고 해요. 그런데 사실 산림청 규정에도 얼마나, 어떻게 잘라야 하는지 구체적인 지침은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가지치기는 이론상 겨울에서 이른 봄쯤 하는 게 나무에 가장 좋은데 일부 자치단체는 시기를 놓쳤다가 잎이 무성해진 후에야 급하게 시작하다 보니 가로수를 마구 잘라내기도 한다고 해요.
2. 뭐가 위험한 걸까?
그렇다면 미관상 좋지 않은 것 빼고 우리에게 큰 피해는 없는 걸까요? 아닙니다. 줄기나 굵은 가지를 마구 잘라내면 나무 입장에서는 손, 발이 잘린 것이나 다름없어요. 이렇게 큰 상처는 아물기도 쉽지 않다 보니 세균이 침투해 썩게 됩니다. 그러면 그 부위는 줄기를 타고 썩어 들어가면서 빈 공간이 생기는데, 이 공간에 시간이 지나면 빗물 같은 물이 차게 되죠. 그러다 여름철에 태풍을 만나기라도 하면 결국 그 나무는 힘없이 쓰러지게 됩니다.
즉, 나무가 오래 못살고 금방 죽는 것은 물론이고, 그 나무에 맞아 사람들도 다칠 수 있는 것이죠. 혹여 찻길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그 사고로 대체 몇 명이 다치게 될까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수들이 강한 바람에 쉽게 넘어질 거라 생각하면 우린 안심하고 길을 걸을 수 있을까요?
3. 가로수의 역할과 입장
그럼 애초에 이런 위험한 가로수! 다 뽑아버리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요. 가로수들이 우리에게 주는 도움은 정말 상당합니다. 먼저, 가로수들은 미세먼지를 막아주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주기도 하죠.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심각해지고 있는 도시 열섬현상도 완화시켜주는 일까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마치 신호등처럼 길에 우뚝 서있다 보니 인지하기 어렵지만 가로수도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우리가 우리의 편의를 위해 그곳에 심은 가로수는 아스팔트 열기와 자동차 배기가스를 24시간 맞아가며 살아갑니다. 길은 아스팔트와 보도블록으로 포장되어 물도 마시기 어렵지만, 땅 속으로도 시멘트 같은 장애물로 뿌리를 뻗을 공간도 없죠. 우리가 가로수의 손과 같은 가지들을 마구 쳐내도 소리 없이, 안간힘을 써서 버티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이라는 풀꽃 활동 팀의 조사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가로수 관련 민원의 94%가 가로수를 베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해요. 가로수를 비롯한 우리 주변의 모든 나무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도움을 주고 있음에도 우리는 너무 인간 중심적으로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4. 그럼 어떻게 해야 하지?
미국이나 프랑스 같은 일부 나라에서는 공공장소에 심어진 가로수들을 기준을 정해 관리한다고 해요. 그리고 미국의 경우 가지치기 시 25% 이상의 나뭇잎을 제거하지 않도록 규정하는 등 수명만 어느 정도 유지하면 된다는 우리나라에 비해 더 구체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죠. 우리나라도 지자체든 개인이든 가로수의 가지치기에 대해 지켜야 하는 구체적인 수치와 방식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실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가진 분들도 필요하고 세심한 가지치기를 위한 비용적, 시간적 대안도 필수적이죠.
다행히도 2년 전부터 산림청에서 수목보호 전문가인 '나무의사'와 '수목치료 기술사'를 양성하고 있고 나무에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나무 내부의 건전도를 조사할 수 있는 진단장비들도 마련되고 있다고 해요. 게다가 최근에는 가로수의 과도한 가지치기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늘어나면서 '가로수 가지치기 시민제보'라는 동네 가로수 실태를 제보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졌다고 해요. 올해 2월부터 5월 말까지만 해도 수백 건 이상의 제보가 들어왔다 하니 다 같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페이스북에 '가로수 가지치기 시민제보'를 검색하면 나온다고 합니다 :) ) 한 사회의 개인부터 산림청 같은 단체까지 다각도에서 노력한다면 이런 문제들을 개선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
.
서울시는 2014년에 시작한 새나무 심기 프로젝트로 2022년까지 3천만 그루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해요. 그런데 묘목을 심고 웬만한 가로수만큼 키우는 데에는 무려 30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새로운 나무를 심는 것도 좋지만 무럭무럭 지금까지 잘 자라준 우리 가로수들을 지켜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우리 모두가 함께 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실천해나갔으면 합니다. 이 포스팅이 여러분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오늘도 푸른 하루 보내세요 :) 이상 네이처텔러 믐뭉이었습니다.
'자연, 환경, 생물'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양이 목도리와 새사냥, 그리고 공생에 대하여 (ft. 들고양이 사냥놀이) (0) | 2021.07.24 |
---|---|
해수면 상승 때문에 생긴 거대한 해안 방벽! 우리나라도 위험하다고? (0) | 2021.07.23 |
커피박으로 만든 생활용품, 어디까지 알고 있나요? (ft. 커피박환전소) (0) | 2021.07.21 |
쓰레기 매립지 부족에 재활용까지 문제라고? (ft. 플라스틱이 또..) (0) | 2021.07.21 |
친환경 빨대 얼마나 다양할까? (다회용 빨대 Yes! 일회용 빨대 No!) (0) | 2021.07.20 |